바리스타의 자세. 일요일 아침 멜번, 코드블랙 로스터리로 가는 길이었다. 처음 지나갔을 때는 카페가 하나 있나 보다 하고 지나쳤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열심히 구글맵을 따라가고 있었다. 다시 만난 패스 멜번에 관심이 생겼다. 지금까지는 미리 알아본 카페만 다녔었는데, 알아본 카페가 많아 다 다니기 어려울 정도였다. 리스트에는 없었지만 들어가고 싶었다.
먼저 커피의 뉘앙스를 색으로 표현한 것이 눈에 띄었다. 큰 카테고리로 나눠놓고 직관적인 색으로 표현했다. 어떤 맛이 날지 쉽게 상상할 수 있어, 커피를 고르기 편했다. 커피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도 이해하기 편할 것 같다. 이런 디테일을 좋아한다. 로스터리 카페의 제공자 입장에서 어떻게 더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을거라 생각한다. 재미도 있고. 초록색 반, 붉은 색 반으로 채워진 원을 골랐다. 에티오피아 티피카 워시드 커피. 베리류 과일과 꽃향기가 잘 느껴지겠구나 알 수 있었다.
다음은 우리나라 스페셜티 로스터리 카페와 많이 닮았다고 느꼈다. 눈앞에서 커피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바리스타와 소통할 수 있는 바자리가 있었다. 그리고 푸어오버 아이스 메뉴가 있다는 것, 커피를 제공할 때 바리스타의 자세한 설명까지! 화장실에는 이솝 핸드워시와 핸드밤을 구비해놨다. 호주에서는 이런 환경을 만나기 쉽지 않았다. 몇몇 카페를 제외하고는 식사와 커피를 같이 즐기거나, 테이크어웨이 위주의 카페가 많았다. 내가 자주가는 우리나라 카페 같은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바리스타의 자세였다. 이 사람 정말 멋있다. 프로다. 친절함은 기본이다. 손님 응대부터 행동 하나하나가 여태 만난 바리스타들과는 다른 느낌을 자아냈다. 차분한 말투와 목소리에서는 신뢰감이 느껴진다. 컵과 식기를 놓을 때는 각을 맞춘다. 자주 테이블을 닦고, 비워진 식기들은 바로바로 치운다. 커피를 내리는 자세까지 군더더기가 없었다. 여러가지 요소들이 합쳐져 만들어 내는 분위기가 남달랐다. 바리스타라면 당연히 커피를 잘 내려야 한다. 서비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친절해야 하는 것도 맞다. 크게 보면 여기 바리스타도 다른 바리스타와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서 신뢰감을 줄 수 있다면, 그게 진짜 프로가 아닐까? “신은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이 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작은 디테일에 숨어있는 게 아닐까?
마지막으로 강아지 출입이 가능하다. 커피 마시면서 귀여운 강아지들을 보는 것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