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은 커피의 한 종류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주로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료는 에스프레소 더블샷과 물이 전부다. 아메리카노와 구성하는 재료가 같다. 왜 호주에서는 롱블랙을 마실까? 정확한 역사와 유래는 모르지만,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여러 카페의 롱블랙을 마셔보며 생각해 봤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호주 커피문화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 같다. 조금이라도 유명한 카페는 짧게든 길게든 줄을 선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라면 1, 2명이 일할 공간에 6, 7명의 바리스타가 일하고 있었다. 그만큼 커피 소비량이 많다. 맥도날드와 편의점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지만, 저가 커피 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프랜차이즈보다는 개인 카페가 더 많았다. 어느 카페를 가든 괜찮은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그리고 기본 커피 메뉴는 아메리카노가 아닌 롱블랙이다.
혹자는 롱블랙과 아메리카노의 차이가 에스프레소와 물이 들어가는 순서 차이라고 한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를 넣고 물을 붓고, 롱블랙은 물을 넣고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붓는다고 한다. 물과 커피를 붓는 순서 차이로 롱블랙에서 크레마를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커피는 당연 아메리카노다. 수많은 커피를 마시고 만드는 과정도 봐왔지만, 물을 먼저 넣고 에스프레소를 붓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가 마신 건 롱블랙이었을까? 아니다. 확실한 차이는 농도에 있다. 롱블랙과 아메리카노 둘 다 에스프레소 더블샷을 사용하지만, 사용하는 물의 양이 다르다. 정확한 비율은 모르지만 롱블랙이 아메리카노보다 커피 농도가 진하다.
호주에서 아메리카노 대신 롱블랙을 마시는 이유는 호주 커피문화가 발전했고, 퀄리티에 자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커피 한 잔에서 물의 비율이 높을수록 커피는 연해진다. 부정적인 맛을 가지고 있다면 그 맛 또한 약해질 것이다. 반대로 물의 비율이 낮을수록 커피의 맛이 잘 드러날 것이다. 보통 에스프레소를 단독으로 마시기에는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설탕이나 크림을 같이 넣어 마신다. 좋은 에스프레소를 마셔본 경험이 있는가?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지 않아도 거부감 없이 마시기 편하다. (그런 원두는 보통 비싸다)
우리나라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3,500원에서 5,000원 정도 한다. (저가 커피 제외) 일상적으로 마시는 커피에서 부정적인 향미가 없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이라는 재료를 넣어 마시기 편한 상태로 만든다. 커피와 다른 재료의 혼합이 부정적인 맛을 가리기 위한 목적만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다른 재료와 만나 시너지를 낸다. 커피 퀄리티가 좋으면 부정적인 향미가 적다. 커피 자체가 좋기 때문에 다른 재료를 적게 넣어도 괜찮을 것이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커피의 메뉴와 농도는 당연히 다르겠지만, 호주에서 기본 커피는 아메리카노가 아닌 롱블랙이다. 롱블랙에서 호주 커피문화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또 다른 커피, 피콜로도 결을 같이 한다. 피콜로는 에스프레소와 우유의 비율이 1:1인 라떼다. 일반적 라떼보다 우유가 적게 들어간다. 롱블랙과 마찬가지로 커피를 더 잘 느낄수 있는 메뉴다.
좋은 커피가 대중화 되어 있기때문에 아메리카노보다 농도가 진한 롱블랙을 마신다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