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카페와 우리나라 카페는 여러가지 다른 점이 있다. 여행 중 여러 카페를 다니면서 가장 크게 와 닿았던 호주커피 문화는 커피를 주문할 때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이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카페에서는 진동벨이나 번호를 불러준다. 키오스크나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 같은 비대면 주문이 주를 이루기도 한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봤다.
3주간 여행에서 방문한 호주 카페에서 진동벨이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주문하면서 이름을 꼭 물어본다. 컵에 이름을 적기 때문인데, 다른 손님의 컵과 섞이지 않게 구분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처음 주문할 때 한 번, 다 만든 커피를 내어 줄 때 한 번해서 두 번 내 이름을 불러준다. 그들에게는 너무 자연스러운 것인데, 나에게는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각자에게 고유성을 부여하는 일이자, 존재를 인식하는 일이다. 집에서 키우는 식물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사람들도 있다. 이름을 지어주기 전까지는 평범한 식물 중 하나였을 지 몰라도, 이름이 생긴 그 식물은 특별한 존재가 된다. 똑같은 식물이지만 고유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애정과 관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3년전, 강남역에서 우연히 중학교 친구를 마주친 적이 있다. 10년 만에 만난 친구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을 때 얼마나 당황스럽고 미안했던지 모르겠다. 우리는 관심이 없는 상대의 이름을 애써 기억하려고 하지 않는다. 관심이 있고 소중하게 여긴다면 이름을 잊어버릴 일도 없다. 그 친구에게는 다시 한 번 미안하다. 내가 조금 무심한 편이다. 처음 갔던 카페를 오랜만에 다시 방문했을 때, 내 이름을 기억해 준 한 사장님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뭔지는 모르지만 그냥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유난히 기억력이 좋은 사람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스페셜티 커피 문화에서는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환대, 접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뜻한 마음으로 친구를 맞이하는 것 같은 친절한 서비스로 표현할 수 있다.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친밀감이 생기고 마음이 열린다. 인사하고 나서 한 마디 더 건넬 수 있는 스몰 토크 문화도 여기서 시작하지 않았을까? 호주 바리스타들이 유난히 친절하게 느껴지는 것은 주문할 때 이름을 불러주기 때문은 아닐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말이다.